안녕하세요. SAPPA입니다.
2023년 가을에 진행한 사진전시기획 수업을 통해 준비를 한 전시를 소개합니다.
수업을 수강한 다섯명의 학생과 지도해 주신 L.E.N.A.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면서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PENTAPRISM:펜타프리즘
빛을 굴절시켜 상을 정착시키는 오각기둥인 펜타프리즘은 카메라로 이미지를 고정시키는 기본적인 원리입니다.
무엇을 볼 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느낄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다섯 명의 사진가들이 모여 그룹전 ‘펜타프리즘’을 개최합니다.
2024년 1월 15일부터 20일까지 북촌에 자리한 갤러리 포스포스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전지아, 조민서, 정성일, 윤혜원, 오보경 5명의 작가들이 참여합니다.
전지아는 밤에 바라보는 미국의 호텔의 풍경을 서정적으로 담아내고, 조민서는 고정되어 있는 사물들을 느린 셔터 스피드를 통해 낯설게 만듭니다. 정성일은 일상에 내재하는 불안을 프레임에 가둔 작업을 선보이고, 윤혜원은 냉장고라는 익숙한 대상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꼬집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보경은 답답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숨겨진 공간을 사진으로 소개합니다.
사진이 좋아서 모인 다섯 명의 작가들은 서로의 시간과 공간을 존중하며 자신들이 생각하는 현재와 이상을 조심스레 펼쳐 보입니다. 이번 전시 ‘펜타프리즘’은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모인,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다섯 명의 사진가들이 유연하고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의 시작점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_ LENA
전지아는(b,1992)는 웨딩과 스냅 위주로 작업 활동을 하며, 틈틈이 시간과 공간 안에 숨겨진 장면들을 찾으러 다닌다.
‘<TX> 2023’
나는 여행 후의 느끼는 감정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하는 편이다. 특히 여행의 마지막 밤은 여러 가지 감정들이 공존한다. TX는 여행객이 느끼는 공허함, 아쉬움, 불안함이 표현된 작업이다. 2023년 11월 27일, 나는 광활한 평지 위에 외로이 빛을 내는 여관을 발견하게 된다. 늦은 시간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미국 여관의 거리는 차갑고 공허했다. 복도를 지나 들어간 여관의 낯선 모습, 곳곳에 빛이 묻어 있었다. 이 무드등은 지친 여행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걸까. 나는 잠이 쉽게 들지 않아 옅게 켜진 침대 맡 무드등 아래에 자꾸만 시선을 머문다.
@jxami
jajeon0410@gmail.com
조민서(b.1992)는 실용음악과에서 기타를 전공하고 밴드 활동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사진에 빠져들었다. 잔잔하고 오래오래,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를 원한다.
‘KEY OF ACTION AND REACTION’
사진은 시간을 정지시킨다. 그러나 셔터는 사물을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렌즈로 바라본 세상 속 빛과 사물들, 흘러가는 시간 속 이들은 서 있고, 움직이고, 존재한다.
작용과 반작용. 프레임 안에서 나는 사물들을 정지시키고 움직이게 한다.
@joes_pic
mingum1084@naver.com
윤혜원(b.1996)은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인식과 대중문화 예술의 소비문화를 탐구하는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일상에서 접하는 소재로 다루는 작업을 통해 세상을 안온하게 바꾸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You Are What You Fridge’
‘You are what you eat(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이 유명한 문구는 건강한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지만, 먹는 행위가 반영하는 것이 건강만은 아니다. 먹는 행위는 인간의 삶과 다방면으로 얽혀 있다. 생존이자, 욕구 충족이자, 소비 행위로서의 ‘먹기’는 신체와 정신, 사회를 모두 포괄한다는 점에서 인간을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적 행위인 것이다. 냉장고는 식생활을 통해 나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냉장고를 열고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자. 간식도 건강하게 먹겠다고 다짐하고 샀던 토마토, 그러나 스트레스를 못 이겨 사버린 초콜릿, 돈도 아끼고 건강도 챙기려고 직접 싸온 도시락, 그러나 냉동실 한 켠을 차지한 인스턴트 도시락. 복잡한 욕구와 습관들이 날것 그대로 차갑게 놓여있다. 냉장고가 비추는 나의 모습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인 존재다. 음식이 냉장고로 들어와 나의 거울이 되기 전까지, 그것은 어떤 노동자의 일이자 어떤 동물의 몸이었다. 스팸 한 캔은 돼지 농장, 가공육 공장, 식품 유통사를 거쳐 나의 냉장고에 들어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는 곧 지지이며, 내 냉장고 속 햄은 곧 나의 사회적 입장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삼시 세끼’를 먹는다. 나의 개인적 정체성과 사회적 입장을 정할 기회가 하루에 세 번이나 주어진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을 ‘만든다.(You ‘become’ what you eat)’
@ haewon___n
hyewonyoon23@gmail.com
정성일(b. 1996)은 수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사진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을 평면 위에 담아 가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한다.
‘a POW camp’
1
나는, 한겨울 이른 아침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지금 당장 죽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소년이었다. 또, 친구들과 놀 때, 공부할 때, 그 어느 때든 불현듯 덮쳐오는 불안감에 집중력을 잃고 감정이 요동 치곤했다.
2
길을 걷거나, 가만히 누워있을 때, 문득 떠오르는 상처들이 있다. 지금까지 잊지 못했고, 여전히 아프고, 회복하지 못한 일들. 그렇게 엄습해 온 생각들이 나를 집어삼키면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점점 밑으로 가라앉는다. 굳은 결심을 해야만 정신을 차리고 빠져나올 수가 있다. 이 생각들은 어디서든, 언제든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이런 감정들은 나에게만 찾아오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이야기해 보고 싶어졌다.
3
상처들과 출처를 알 수 없는 감정들은 지금도 계속 날 따라다니고 어딘가에 숨어서 날 지켜보고 있다. 언제든 나를 괴롭힐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제까지 당하기만 할 수는 없다. 정상적인 삶을 위해서라면 맞서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숨어있을 만한 어떠한 틈, 구멍과 같은 어두운 공간을 통해서 그들을 찾아서 잡아내기로 한다. 집어삼켜지기 전에, 먼저 그들의 은신처, 아지트를 찾아내고 카메라를 통해 가두는 것이다.
그들을 발견하고 이미지 안에 가두고 확인하는 것은 우위를 점하려는 일종의 게임 그리고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는 의식행위이자 그들과의 전쟁행위이다. 여기서 이미지는 그들의 감옥이다. 나의 적들을 영원히 석방되지 못할 전쟁 포로로 만드는 것이다. 하나하나씩 가두다 보면 언젠간 이 알 수 없는 감정들이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sasmbug
https://jkili.myportfolio.com/
seanilljeong@gmail.com
오보경(b.1999)은 연기를 전공한 후 드라마와 뮤지컬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였고, 2022년부터 사진 작업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안식처’
‘삶에는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사실 현대사회에서의 삶은 무척 빠르게 흘러갑니다. 주변을 둘러볼 시간조차 아까워합니다. 그러다 문득, 고통과 상처를 느끼는 순간, 그제야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되죠.
저도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오늘이 우울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으며, 모든 불행이 제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 같았죠. 지인들이 언제 날 떠날까 두려웠고, 사소한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이유 없이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안식처를 찾기 전까지는요.
친구 할머니 댁은 깊은 산속에 있습니다. 밝고 명랑한 친구와 친구의 따뜻한 할머니가 사는 곳입니다. 공기도 맑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자라는 꽃과 열매를 구경하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죠. 뒷마당에 있는 할아버지 산소를 방문하기도 하고, 피크닉을 가거나 가까운 댐까지 산책을 가기도 합니다. 언제나 평화롭고 느긋한 이곳은 버거운 삶을 내려놓고 세상과 단절되어 오로지 저 자신에게 집중하며 편하게 쉬었다 돌아갈 수 있는 안식처입니다.
시간을 보내고 나면, 부정적인 생각, 미래에서 오는 불안을 잊고 지금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저를 가족이라고 말해주는 친구와 할머니가 있기 때문입니다. 안식처에서 저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과 타인이 주는 애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웁니다.
제가 카메라에 담은 공간은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곳, 나만의 안식처입니다.
@ohbo._.24
ohob24@gmail.com
전시 제목 : 펜타프리즘(pentaprism)
전시 기간 : 2024.01.15 – 2024.01.20
전시 장소 :포스포스키(Posposki), 서울시 종로구 창덕궁길 150
참여작가 : 전지아, 정성일, 조민서, 윤혜원, 오보경
기획 : LENA (esirzar@gmail.com)